King Crimson 「Larks’ Tongues in Aspic, Part 2」 (1973) @ The Midnight Special > 추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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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준 댓글 0건 조회 882회 작성일 202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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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Crimson 「Larks’ Tongues in Aspic, Part 2」 (1973) @ The Midnight S…

  • 김현준
  • 23-04-09 17:57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음악 듣기가 큰 취미인 이들은 누구나 ‘지금의 자신’을 만든 작품의 리스트를 마음속에 품고 산다. 그 목록에 적힌 곡의 절대다수는 청소년기에 들었던 음악일 테지만, 종종 성인이 된 이후에 새롭게 그 가치를 깨닫는 경우도 있다. 


내가 처음 킹 크림슨의 여섯 번째 앨범 『Larks’ Tongues in Aspic』(1973)을 들은 건 1984년. 이 위대한 밴드의 초기작들에 빠져 다른 작품까지 손에 넣고자 혈안이 됐던 시기였다. 그러나 말 그대로 난관이었다. 아무리 멤버가 모두 달라졌다 해도, 같은 이름의 밴드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지녔던 음악적 소양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얘기다. 흔히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나 아트 록(Art Rock)의 상징 같은 밴드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사실 킹 크림슨의 음악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음악을 아울렀던 게 사실이다. 


이 앨범을 비로소 설레는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된 건, 재즈를 체득한 몇 년 뒤의 일이었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재즈를 전혀 몰라도 이 앨범을 ‘즐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 음악은 정통 모던 재즈 이후의 후세대 어법들과 프리 재즈의 향취에 빠져본 경험이 있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스윙 때문에 재즈를 좋아하는 이들과 재즈의 영혼에 깃든 진취성에 무게를 두는 이들을 나눌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랄까.


새삼 놀랍게 다가오는 건, 다시 듣는 이 앨범이 지금부터 정확히 50년 전에 발표됐다는 사실이다. 반세기 전 지구 반대편에 살았던 어느 선조들은 이렇듯 경이로운 실험을 더없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완성해냈고, 그 압도적인 성취에 매료됐던 우리는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지금껏 그 안에서 허우적대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일견 허무하지만, 이 정도의 카타르시스라면 삶의 일부를 내줘도 전혀 아깝지 않다. 되레, 이 맛을 알게 돼서 감사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전하는 영상은 앨범이 발표된 1973년, 미국의 NBC가 제작했던 음악 프로그램 미드나잇 스페셜(The Midnight Special)을 통해 방영된 것이다. 『Larks’ Tongues in Aspic』의 중심축을 이룬 네 연주자가 놀라운 연주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강렬한 인상의 무대를 선보인다. 우리의 영원한 영웅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의 기타를 필두로, 데이비드 크로스(David Cross)의 바이올린, 존 웨튼(John Wetton)의 베이스, 그리고 빌 브러포드(Bill Bruford)의 드럼이다. 이런 음악을 앞에 두고도 열렬한 환호를 선사하는 관객이, 그때는 있었다.


매우 추상적으로 들리는 작품의 제목은 의외로 그리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로버트 프립이 타악기연주자 제이미 뮤어(Jamie Muir)에게 이 앨범의 음악이 어떻게 들리는지 물었더니 그리 답했단다. 직역하면, 육류를 오래 끓여 젤리처럼 만드는 서양 음식 아스픽에 종달새의 혀가 들어 있다는 뜻. 그만큼 현실 속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기묘한 어떤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누군가에게는 다른 세상의 낯선 풍경처럼 보이겠지만, 또 누군가의 마음속엔 명백한 실체로 존재하는 삶의 일부분이다. 이런 곡들 덕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 30c99bd661f89718707836fe07802ccc_1681030610_17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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