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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욱 댓글 0건 조회 567회 작성일 2022-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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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on Graves 『Seven』 (2021년)

  • 정병욱
  • 22-10-06 10:59

경험과 성장, 교차와 확장의 순간


1990년대와 LA, 그리고 인종 문제. 세 가지 키워드의 조합은 우리 생각을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으로 이끈다. 그렇다면 한창 예민할 시기에 미국 제2의 도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장 폭동으로 이어진 이 사건을 지켜본 청소년들은 어떻게 자라났을까?


본작의 주인공인 카메론 그레이브스와 그의 친구인 카마시 워싱턴, ‘썬더캣’ 스티븐 브루너 등이 일원인 웨스트 코스트 겟 다운(The West Coast Get Down, WCGD)의 멤버들은 모두 LA에서 나고 자랐다. 질풍노도의 시기, 한창 불안하고 혼란한 시기와 장소를 함께 통과했다. 당시 저마다 자신만의 탈출구를 찾아 헤맬 때 이들은 재즈를 택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연스레 서로 알게 되었고, 그들 중 일부는 일찌감치 재즈, 펑크(funk), 솔 및 힙합의 현대적인 조합을 고민하며 재즈의 새로운 이미지와 바람을 불러올 준비를 했다. 워싱턴의 『The Epic』(2015), 마일스 모슬리의 『Uprising』(2017) 등이 우리가 이에 대해 목도한 결과다. 전작 『Planetary Prince』(2017)를 발표하며 그 틈에 끼어 있던 그레이브스는 조금 더 별난 친구였던 듯하다.


빠르고 극단적인 국면 전환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몰아칠 때 남들보다 몇 배는 힘을 준 듯한 화려한 타건과 프레이즈가 곳곳에서 불을 뿜었다. 결국 재즈 퓨전으로 갈음할 수밖에 없는 이런 스타일을 두고 그의 초기 활동을 이끈 스탠리 클락의 영향으로 설명하기엔 표현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실제로 카마시 워싱턴은 앨범에 관해 코멘트를 남기며 “모달 재즈, 낭만주의 클래식, 데스 메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발매 지연과 투어 보류를 거쳐 세상 빛을 본 『Seven』은 그야말로 한술 더 뜬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레이브스 본인부터 이번 앨범을 두고 ‘스래시 재즈’(thrash jazz)라 부르며, 한때 스쳐 지나간 유물이자 천연기념물에 가까운 장르 용어를 발굴했다. 스래시 재즈는 앞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네이키드 시티, Zs와 같은 실험주의적 백인 록밴드의 음악에서 쓰인 이름. 빠른 템포와 그에 발 맞춘 속주, 추상적인 악곡의 이미지를 짧은 러닝타임에 가볍지만 화려하게 욱여넣는 작법으로 이름을 각인한 장르다. 그레이브스는 그것의 진정한 재즈 버전을 들려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전곡을 길어야 4분, 대부분 3분 이내의 짧은 호흡과 빠르고 역동적인 사운드로 구성했다. 빠른 진행에도 꼼꼼하고 단단하게 나사를 조인 연주에는 부산스러움이 있을지언정 엉성함이 없다. 특이한 점은 일렉트릭 피아노 대신 어쿠스틱 피아노 사운드를 앞세웠다는 점, 단지 록과 메탈의 일부 개념적 면모만 차용하거나 드럼의 브레이크다운 등 일부 사운드를 흉내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기타와 베이스의 리프 중심으로 서사가 흐르게 하거나 넘실대는 그루브 대신 강렬한 맥박으로 시종일관 에너지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전작에서 자신의 세계를 요란하게 창조했던 그는 본작을 통해 이를 유성우처럼 흩뿌린다. 이전까지 이미 있었던 동류의 고민이 철학과 사운드에 치중했다면, 그레이브스는 확연하게 그것의 서사와 그것을 즐기는 방식을 고민한다.


그레이브스의 인터뷰를 읽었다. 드뷔시와 라벨부터 오스카 피터슨과 지미 헨드릭스를 거쳐 슬립낫과 스웨덴 메탈 밴드 메슈가까지. 지난 100년의 대중음악사를 아우르는 각 장르를 대표하는 이름이 줄을 이었다. 사실 『Seven』이 시도한 매시업은 아직 온전히 여물지 않은 인상이다. 짧게 휘몰아치는 연주에 창의적인 즉흥성이 발휘될 기회가 충분치 않았고, 동일한 편성으로 매번 치밀하게 조인 구성 탓에 동어 반복으로 느껴지는 구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그레이브스와 『Seven』의 미학이 새로운 지향점을 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의 세 번째, 네 번째 앨범을,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며 자란 이들의 30년 후의 음악을 기대하게 된다. 867d7798ebf8bb5d2c60d6bea29be971_1665021550_5131.jpg (202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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