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Meader, Pramuk & Ross 『Royal Bopsters Project』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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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준 댓글 0건 조회 699회 작성일 2022-10-07 00:00London, Meader, Pramuk & Ross 『Royal Bopsters Project』 (2015년)
비밥을 노래하는,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들
몇 달 전 들려온 보컬리스트 마크 머피의 부음은 재즈 보컬을 아끼는 이들의 짙은 탄식을 끌어냈다. 하지만,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는 얘기가 몇 년 전부터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던 바, 사람들은 더 이상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없을 거란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숨 막히도록 놀라운 음악으로 가득 한, 그러나 독립 제작 형식으로 만들어진 탓에 매우 좁은 유통망을 거쳐야 했던 2010년의 『Never Let Me Go』가 어쩌면 그의 마지막 앨범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부디, 우리가 듣지 못한 그의 노래가 더 많이 남아 있기를.
어두운 얘기로 리뷰를 시작했지만, 『Royal Bopsters Project』란 타이틀로 발표된 이 앨범을 듣다 보면 마크 머피가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은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그만큼 앨범은 탄탄하고, 재기발랄하며, 아름답다. 아마 재즈 보컬을 통해 이처럼 번뜩이는 위트와 짜릿한 감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작품도 드물지 않을까. 12곡으로 구성된 작품은 순식간에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마치 역사의 어느 한 페이지를 바탕 삼아 적절한 구성을 가미해 새롭게 완성해낸 멋진 다큐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앨범의 주인공은 보컬리스(vocalese)를 노래하는 네 사람, 에이미 런던, 다몬 메더, 딜런 프레이먹 그리고 홀리 로스다. 넷 모두 우리에게 널리 잘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여러 방면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정통파 비밥 보컬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던, 믿음직한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내친김에 앨범의 스토리를 더해 보면 이렇다. 어린 시절부터 클럽 무대를 동경하며 황금기의 보컬리스트들이 연주자들과 자웅을 겨루는 모습을 지켜본 네 사람은, 그들이 우상처럼 여기던 대선배들을 모시고 함께 무대에 서기를 꿈꿨다. 그러던 2010년, 당시 78세였던 마크 머피가 『Never Let Me Go』를 녹음한 후 에이미 런던이 살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겨왔다. 에이미 런던은 모든 걸 포기한 마크 머피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용기를 북돋았고, 결국 그를 다시 무대에 서게 했다. 물론 그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인연을 통해 『Royal Bopsters Project』가 태어났다. 마크 머피는 위의 네 사람과 2012년 6월의 어느 날 네 곡을 녹음했다. 한 곡에선 노래 대신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한 대목 읽어 내려간다, 노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짜릿하게. 그리고 1년 뒤인 2013년 7월엔 쉴라 조던, 밥 도로우, 존 헨드릭스, 그리고 애니 로스가 한 곡씩 힘을 보탰다. 이렇게,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밥, 보컬, 그리고 보컬 앙상블 등의 키워드가 동시에 태그로 올라 있는 것이 눈에 띄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큰 선물이자 오랜만에 한 번씩 꺼내 들어도 변함없는 맛을 전해줄 최고의 요리가 될 것이다. 비밥과 보컬리스를 노래한 이들이 성전처럼 여겨온 레퍼토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앨범은 작년 9월 18일에 발표됐다. 마크 머피는 한 달 뒤인 10월 22일, 영원히 눈을 감았다.
(2015년)
★★★★
ps. 2022년 현재 이들은, 약간의 멤버 교체를 거쳐 ‘The Royal Bopsters’란 이름의 팀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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