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l Ross 『The Parable Of The Poet』 (2022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병욱 댓글 0건 조회 583회 작성일 2022-10-08 00:00Joel Ross 『The Parable Of The Poet』 (2022년)
영과 진리로 재즈를 예배하는 시인
어렸을 적 드럼에 소질 있는 형제에 밀려 다음 선택으로 비브라폰을 잡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느덧 조엘 로스는 현 세대 비브라포니스트를 언급하는 데 있어 빼놓기 힘든 이름이 되었다. 앞서 재즈 피플에서 그의 데뷔작 『Kingmaker』(2019)를 리뷰했을 당시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고 착실한 성장이다. 이번 앨범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연주자나 확고한 주제 의식과 음악의 방향성, 그리고 그것의 완성도 높은 구현이다. 로스는 ‘The Parable Of The Poet’이라는 앨범 타이틀과 순서대로 기독교 예배의 주요한 요소들을 떠오르게 하는 수록곡의 제목을 통해 큼지막한 심상을 제시하고, 이를 자신이 추구하는 재즈의 미학으로 절묘하게 소화한다.
어떤 관습 아래 있든 문어(文語)는 절대 구어(口語)를 앞서지 않는다. 그러나 충분한 여지를 둔 구조와 양식은 언제든 반복해도 좋을 새로운 고전이자 감동적인 서사가 될 가능성을 품는다. 이 앨범 『The Parable Of The Poet』은 문어와 구어 사이 마치 의미를 반쯤 열어 둔 시 혹은 경건한 대본과 뜨거운 즉흥 사이 경계가 흐릿한 열정적인 예배의 한 장면 같은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관악 편성 위, 돋보이는 음색을 지니고도 함부로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는 로스의 비브라폰 백업 아래 열렬한 재즈의 음향과 담백한 현대의 리듬이, 잘 짜인 멜로디와 즉흥 연주가 선명한 구별 없이 조화로운 공존을 이룬다.
예배는 「PRAYER」로부터 출발한다. 1분가량 비브라폰의 영롱한 소리와 선율이 홀로 공간을 지배함으로써 듣는 이들과 연주 참여자들을 겸손하게 인도한다. 이후 건반과 관악이 주제를 이어 받지만 누구 하나 주도권을 강하게 휘어 잡지 않은 채 가벼운 묵상으로 첫 트랙이 마무리된다. 온전한 참예를 위한 준비는 다음 트랙 ‘GUILT’에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콘트라베이스의 서정적이고 조심스러운 전진이 트랙 전반부의 고백을, 점차 템포를 더하고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며 마음을 채찍질하는 비브라폰과 퍼커션이 후반부의 구슬픈 발라드를 지탱한다. 「CHOICES」에서는 무반주 트럼펫 솔로가 고통의 신음을 토함에 따라 악기들의 인터플레이가 이에 화답하기도 하고, 밴드의 슬픔과 혼란, 영적 고양이 다음 트랙의 「WAIL」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자백과 통곡 다음 차례에는 자연히 아름다운 회개와 회복(「The Impetus (To Be and Do Better)」)이, 경쾌한 찬미가(「Doxology (Hope)」)가 예배자를 기다린다. 치밀하게 앞뒤를 이어받던 트랙들이 마지막 「BENDICTION」에 이르러 완전하고 우아한 가스펠의 억양으로, 숭고하고 능청스러운 종결을 맺을 때 비로소 몰입으로부터 점차 빠져나오며 현실을 마주한다.
완벽한 기승전결 구성의 예배로 표현된 이 앨범의 은유는 이내 재즈를 영적으로 대하는 조엘 로스의 자세와 상통한다. 충분히 솔로 악기들에 자리를 내주면서도 동시에 밴드의 풍성한 음색이 조화를 이루는 구성과 느슨하게 짜여진 것 같으면서도 결국 명확한 분위기를 그려내는 구체성, 각 트랙의 감정선과 형식이 긴밀하게 연결된 서사가 스윙이나 즉흥, 작곡 어느 하나에 신경 쓸 것 없이 오롯이 ‘들음’에 몰두하게 한다.
(2022년)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