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Formanek 『Imperfect Measures』 / Mark Feldman 『Sounding Poi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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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준 댓글 0건 조회 1,013회 작성일 2023-06-05 00:00Michael Formanek 『Imperfect Measures』 / Mark Feldman 『Sounding Point』 …
당신을 설명할 ‘5분의 독주(獨奏)’는 무엇인가
연주자들에게 종종 건네는 조언 중 하나가 독주와 관련된 부분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유 즉흥연주나 한두 마디의 짧은 모티프에 기초한 ‘5분의 독주’를 무관객 라이브처럼 연주해보라는 것. 조력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 5분을 어떻게 채우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자신의 음악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일깨워주는 적나라하고도 효율적인 척도다. 악기는 상관없다. 혹시라도 베이스나 드럼처럼 독주로 자주 다루지 않는 악기가 예외라 생각하면, 처음부터 음악을 잘못 배웠다. 5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해본 사람은 안다.
물론 독주로 진행되는 작품과 공연은 소수다. ‘대화’에 집중하면 듀오, ‘앙상블’에 방점을 찍으면 트리오 이상이 편성 미학의 관점에서 재즈의 가치를 잘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주가 힘들면, 역설적으로 확장성에 있어 큰 제약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재즈가, 연주자 개개인의 지향과 예술철학이 절대적인 음악임을 떠올리면 (이 명제의 의미와 정확히 일치하진 않으나) 좀 더 편히 이해할 수 있겠다.
스위스의 인탁트 레이블이 한 달 간격을 두고 두 장의 번뜩이는 독주 앨범들을 선보였다. 인탁트는 미국의 파이(Pi) 레코딩스와 함께 모던 크리에이티브의 동시대적 기준을 제시해왔다.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마크 펠드먼(1955~)과 베이시스트 마이클 포마넥(1958~).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고, 포스트밥에 여러 다른 어법들이 융합하여 구축된 모던 크리에이티브의 역사를 이끈 명인들이다. 오늘날 교과서에 올라 있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걸작들을 떠올릴 때 이들의 연주가 포함된 앨범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악기의 특성 때문일 수 있지만, 마크 펠드먼의 『Sounding Point』는 다소 탈장르적이다. 많은 이들이 존 애버크롬비나 데이브 더글러스, 혹은 유리 케인과의 협연을 통해 그를 기억하지만, 사실 마크 펠드먼은 젊은 시절 클래식과 블루그래스(!)를 아우르며 연주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의 성과는 첫 번째가 테크닉, 두 번째는 유기적 내러티브, 그리고 세 번째가 고도의 집중력으로 엮어낸 명징한 사운드의 풍경이다. 곡마다 확고한 지향을 심어 설정된 목표를 향해 냉철하게, 아주 깊은 곳까지, 빈틈없이 파고든다. 더빙으로 레이어를 쌓아 만든 곡들도 있는데, 이 또한 단순한 앙상블의 연출이 아닌, 기존의 흐름을 더 공고히 하려는 의도의 결과다. 오넷 콜먼의 곡과 마크 펠드먼의 음악적 동반자인 실비 쿠르봐시에르의 곡도 하나씩 포함됐다.
마이클 포마넥의 『Imperfect Measures』는 더 넓고 풍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쪽이다. 준비된 작곡에 기초했다기보다 아주 작은 아이디어, 혹은 몇몇 연주 기법에서 비롯된 자유 즉흥연주에 가깝다. 주제를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연주를 이어가며 곡의 흐름을 구축하고 완성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런 경우, 녹음 당시의 심리적 상태나 환경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다행히 마이클 포마넥 자신도 꽤 만족할 만한 상황이 주어졌던 모양이다. 여러 곡에서 불쑥 도드라지는 뭉클한 감성의 흐름이 상당히 감동적이다. 20년 가까이 강단에 섰다가 은퇴한 뒤 아주 오랜만에 얻은 유유자적의 시간 속에서 녹음에 임했다는 그의 고백. 이 앨범도 (연주 지망생들이 참고서로 활용하기 좋을 만큼) 탁월한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공교롭게도 마크 펠드먼과 마이클 포마넥은 40세 언저리에 각각 첫 번째 독주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1995년의 『Music For Violin Alone』과 1997년의 『Am I Bothering You?』가 그것이다. 이젠 세월의 흐름 속에 잊힌 듯하지만, 두 작품은 현대 재즈에서 바이올린과 베이스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작이자 모던 크리에이티브의 다양한 어법을 제시한 이정표와 같았다. 물론 두 사람은 상업적으로 회자한 다른 리더급 음악인들과 달리 역사의 전면에 서 있진 않았다. 그러나 바로 이런 명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화두가 실체적인 음악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난 사반세기를 살아올 수 있었다.
마크 펠드먼과 마이클 포마넥 모두 환갑을 훌쩍 넘긴 지금, 생애 두 번째로 독주 앨범을 발표하며 지난 세월을 스스로 반추한다. 듣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내가 들어온 음악이, 나를 감동하게 한 음악이 내 삶을 대변한다. 과거는 지났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바로 지금 나를 울리는 음악이 오늘의 나를 규정한다. 당신을 설명할 ‘5분의 독주’는 무엇인가.
(2021년)
Michael Formanek ★★★★☆ (앨범중2곡듣기)
Mark Feldman ★★★★ (앨범중2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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