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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전체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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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게시판 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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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제목 ‘툰드라’(tundra)는 생명이 버티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이지만, 동시에 그 얼어붙은 땅 위에도 생태계가 형성됨을 보여주는 지형이다. 99' 네스티 키즈에서 드레인케이와 혼성 듀오를 이루어 물리적 쾌감과 폭발적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웠던 히피쿤다는, 이번 앨범에서 혹한의 대지 위의 한 개인이자 여성으로서의 주체적 서사와 언어를 세우며 방향을 전환했다. 『TUNDRA』는 단순한 콘셉트 앨범처럼 보이지만, 뚜렷한 스토리텔링이나 외형적 설정보다 정서의 연쇄와 온도의 변주로 짜인 감각적 구조물에 가깝다. 감시와 응시로부터 시작해…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의 말로, 언어 프레임의 힘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 문장은 부정의 지시가 오히려 대상의 존재감을 더 강하게 불러낸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신아람의 『비움프로젝트』가 출발한 과정을 대입해보자. 베이스가 없는 트리오 편성 자체가 재즈와 음악사에 아주 새롭거나 도전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 시도이다 보니, 그의 선택은 작곡가 본인과 청중에게 '베이스의 부재'에 관한 의식과 인식을 온전히 피할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일회성 프로젝트일 것…

  • 샤이 마에스트로(Shai Maestro)는 왜 이제야 첫 솔로 피아노를 택했을까. 아비샤이 코헨(Avishai Cohen) 트리오와 ECM에서 다른 악기와 호흡을 맞추며 서정성을 빚어온 그는 이제 오롯이 피아노 한 대로 스스로를 증명한다. 많은 동시대 피아니스트가 솔로에서 정교한 구조나 콘셉트 혹은 청명한 음향으로 안전한 서정성을 쌓을 때, 마에스트로는 순간의 파편과 흠집, 덜어낸 빈칸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Solo: Miniatures & Tales』는 무엇을 연주했는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멈추고 비워둘 수 있었는…

  • 2023년 인천아트플랫폼의 전시형 공연을 바탕으로 녹음하고 올해 봄 발표한 오헬렌의 첫 정규앨범은 형태 그대로 설치 미술 같은 음악이다. 앨범의 소리들이 ‘배치’되어 있다. 순간을 잘고 리드미컬하게 가르는 펑크(funk) 그루브, 몽환적인 공간계 사운드, 아코디언의 파편적인 탱고풍의 활용이 수록곡마다 불규칙적으로 느슨하게 교차한다. 결정적인 정체성은 오헬렌의 환각적인 보컬과 최솔의 백보컬을 중심으로 한 사이키델릭한 팝 사운드의 조형에 있다. 악기들과 장르 파편들을 곳곳마다 펼쳐둔 채 이를 바탕으로 선형의 내러티브를 한 방향으로 전진…

  • 박지하의 음악은 늘 원론을 건드린다. 음악의 장르와 출신, 특정한 화성과 방법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어떤 소리를 짓는지 관심을 둔다. 이는 주로 음악이 만들어질 당시 그의 개인적인 생각과 정서에서 피어나는 듯 보이지만, 구체적인 가사 없이도 누구나 비슷하게 느낄 법한 보편의 이미지로 잘 완성되기도 한다. 솔로 1, 2집이 자신의 정체성과 지향을 구체화하고 증명하는 과정이었다면, 직전의 『The Gleam』(2022)은 박지하의 소리가 지닌 특수한 공간감을 명확한 이미지로 일대일 조응한 앨범이었다. 한편으…

  • 누군가 재즈를 특별히 매력적이고 탁월한 대중음악이라 여긴다면, 장르 관습과 장르 무관한 창의성의 치열한 조화 및 균형 끝에 완성되어 온 그것의 역사적 진보와 정체성에의 고민을 높이 산 덕분일 거다. 물론 현재는 재즈의 양식적 미학과 더불어 개인의 창의성 또한 강한 도전과 외면을 받는 시대다. 앞서 김현준 비평가는 마르타 산체스의 앨범 리뷰(링크)를 통해 모던 크리에이티브 재즈 계열 자체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고, 이와 관련해 긴 시간 재즈 너머 음악과 예술 분야 최전선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 역시 소통과 공감의 …

  • 앨범을 재생하는 동안 관심의 초점이 몇 차례 변화했다. 처음에는 24개 트랙, 러닝타임 90분이라는 방대한 볼륨에, 이것이 라이브 무대 연극과 각기 다른 스타일의 뮤직비디오, 온라인 게임까지 끌어들인 트랜스 미디어 프로젝트라는 데 호기심이 일었다. 다음은 음악에 관한 것이었다. 내한으로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이제 중견이라고 할 수 있을, 동시대 재즈를 대표하는 하마샨(Tigran Hamasyan)이 갑자기 이러한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소화했다고? 게다가 단순한 록과 재즈의 사운드 및 어법 너머, 선율과 음계에 민속적인 요소와 패…

  • 소수정의 음악을 들여다보기 전 그가 지금까지 주로 작업해온 단편영화 음악의 일반 미학, 그것의 역할과 속성 중 한 가지에 관해 먼저 생각해본다. 단편영화는 장편에 비해 매우 짧은 러닝타임 안에 서사와 주제를 전달해야 하는 형식과 분량의 제한으로, 음악이 이를 (상대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보완하거나 대리, 매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대상으로 시간성, 공간성, 캐릭터의 감정 등이 있는데, 여기서 시간은 베르그송이 말한 순수한 지속(la durée)의 개념과 관련 있다. 베르그송에게 ‘지속’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별도로 분리된…

  • 만화경(kaleidoscope)은 복수의 거울로 이루어진 통에 다양한 색의 유리 조각을 비춰 다채롭게 변하는 패턴을 관찰하는 장치다. 19세기 초에 처음 고안된 후 20세기에 한창 예술작품 소재나 장난감으로 쓰인 오래된 장치이지만, 여전히 그 존재감이 달리 대체되지 않는 독특한 상징이기도 하다. 만화경의 문양은 복잡하고 기하학적이다. 화려하면서도 자연의 형태를 닮은 추상적인 프랙탈 구조가 반복되는 대칭 패턴으로 나타나, 계속 보고 있으면 몽환적이면서도 나른한 감각을 끌어낸다. 그리고 만화경 속 동적인 긴장과 정적인 변화의 이상한 조…

  • 두 가지 고민을 생각해보자. 어떤 새로운 소리를 만들지, 극단적인 실험성 혹은 자의성의 늪에서 빠져나와 공통의 언어로 어떻게 기능할지. 전자가 새로운 기술 및 아이디어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면, 후자는 주로 명료한 콘셉트나 서사 흐름을 통해 해결할 때가 많다. 그리고 이는 다른 음악보다 유독 앰비언트 음악에 자주 뒤따르는 고민이자 지향이다.리 이레이(LI YILEI)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음악가이자 예술가다. 1970년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90년대의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이후 (2000년대 이래…